웬만큼 맞춤법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, 나이 들수록 제가 틀리는 문법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.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시청 중에, 아이비의 <이럴거면>을 부르는 소유를 보는데 가사가 "모르는 채"라고 나오네요. 음? 아닌 것 같은데, 내가 틀린 걸까? 쟤가 틀린 걸까?!
<이럴거면> 아이비 가사
이럴거면 날 흔들어 놓지 말지
이럴거면 잘해주지나 말지
이럴거면 첨 스쳐가게 놔두지
너를 모르는 채 살게 하지 떠날 꺼라면
원망해도 후회해도 널 향한 나의 사랑은
이미 엎질러진 물 처럼 주워 담을 수 없어
<체> 대신에 <척>을 넣어보기!
이럴거면 날 흔들어 놓지 말지
이럴거면 잘해주지나 말지
이럴거면 첨 스쳐가게 놔두지
너를 모르는 척 살게 하지 떠날 꺼라면
원망해도 후회해도 널 향한 나의 사랑은
이미 엎질러진 물 처럼 주워 담을 수 없어
<척>을 넣었을 때 자연스럽다면 <체>가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.
"너를 모르는 척 살게 하지. 떠날 거라면.."
전체 문장의 의미상, 모르는 상태로 살게 하는 게 좋았을 거라는 의미가 맞겠지요. 그렇다면 "모르는 채" 가 맞습니다.
하지만 너를 모르는 척 하며 산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네요. 이런 경우에는 "모르는 체"가 맞습니다.
<채>가 맞는 경우는?
"술이 깨지 못한 채로 비틀거리고 있었다."
<척>을 적용해 볼까요?
"술이 깨지 못한 척으로 비틀거리고 있었다."
어색한 문장이죠? 이럴 때는 <채>가 맞습니다.
<채>와 <체>의 사전적 의미는?
<채> [의존명사]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.
<체> [의존명사]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.
"이대로 버려진 채", "그대로 남겨진 채" 이럴 때는 <채>
"잘난 체 너무 하는거 아니니?", "짐짓 괜찮은 체 했다." 할때는 <체>
중의적 의미 해석이 가능한 <채>. <체>
<채>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뒤에 조사로 <로> 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.
널 모르는 채로, 그걸 깨닫지 못한 채로.. 등등..
너를 모르는 채로 살게 하지. 떠날 거라면..
이 문장 또한 어울립니다.
이런 음악의 표현이나 문학 표현은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.
지금까지 <체>, <채>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았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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